2015년 2월 23일 월요일

灰人 四

싸늘한 비가 내리는 깊은밤.
그는 모닥불 하나에 의지한 채 폐부를 찌르는 추위와 허기에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물과 식량을 구경한지 이미 오래, 조금씩 남아있던 생명을 소진하며 그는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어 간다.
자신의 의지로 다시 일어서 보려 하지만
그의 육체는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곧 그의 마지막 남은 호흡 마저도 찰나의 삶을 위해 모두 써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환부를 도려내는 듯한 고통에 잠이 깨었다.
눈 뜨기 조차 힘든 상황에서 그든 어제와는 다른 몸 상태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기억에 분명히 남아있던 죽음의 사신은 온데간데 없고
기이한 생명의 꿈틀거림이 그의 온 몸을 휘감고 있었다.
단지 살얼음 처럼 진동하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천둥과도 같이 그의 고막을 두드리고 있었다.

한숨을 크게 내쉰 그는 자신이 누워있던 곳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어제 분명히 모닥불을 피우고 누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알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쨋건, 이렇게 나마 살아있다는 사실을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뿐이었다.
그는 살고 싶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의 손길이 코 앞까지 다가왔을때 그가 느낀것은 순수한 두려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죽기가 두려웠다.
죽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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