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3일 월요일

灰人 一

몸이 시린 차가운 공기가 남자의 가슴속에 내려앉는다.
지칠줄 모르는 그의 눈동자는 목표의 흔적을 쫒기 바쁘고,
어슴프레 비치던 달빛도 그의 족적을 쫒아 앞길을 밝혀주고 있다.
한 손에는 조그만 단검을 다른 손에는 로프를 움켜쥔 남자는 오늘도 몇시간 째 사냥감을 추적하며
숨을 졸이는 중이다.
그는 사냥감을 벌써 한달째 뒤쫒고 있다.
그의 삶에 커다란 후회와 미련을 남긴 이 놈은 그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버린것으로 모자라
그의 모든 희망과 절망 그리고 감정이란 인간다움을 송두리째 앗아간 놈이다.
하얗게 비치는 설원위에 하얗게 퍼져가는 담배연기를 뿜어대며
남자는 사냥감의 발자국을 따라 한발한발 따라가고 있다.
여명이 찾아오려면 아직은 먼 시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며 보이지 않는 사냥감을 쫒아 길을  떠난지 한참.
남자는 피곤에 지친 몸을 잠시 뉘이려 근처에 쉼터가 될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한 겨울 식량거리도 마실거리도 없는 터라 그의 허기와 갈증은 최고조에 달했다.
인적도 없고 그 흔한 불빛 하나 없는 칠흑같은 어둠이 사방을 휩쓸고
칼을 가는 듯한 거센 바람소리만 그의 친구가 되어 곁으로 다가올 뿐이다.
팔을 교차하고 머리를 뉘이며 남자는 생각에 잠긴다.
조금이라도 잠을 자고 싶지만 추위에 눈을 감았다가는 오히려 동상의 위험이 있기에
억지로 잠을 깨려 온갖 생각에 잠긴다.
의식적으로 그 일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남자는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려 하지만
그 추억들이 덫이되어 현실의 참혹함 속에 그의 영혼을 던져낼 뿐이었다.
시작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했던 사소한 행동이 그의 모든것을 뒤바꿀 정도로 큰 파도가 되어 덮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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