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3일 월요일

片鱗

아주 오래전
내 나이 서너살 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가족들 모두 놀라고 급기야 아버지는 피를 토하시며 삶의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계셨다.
깊은 산골 구급차가 온다해도 일 다향은 족히 걸리는 그 오지에서
나는 영문도 모른채 아버지 옆에서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천운으로 아버지는 완쾌 하셨고 전과 같이 항상 술을 즐기시며 호한의 삶을 즐기셨더랬다.

삼년 후 이사했다.
육년 후 다시 이사했다.
지옥같은 서울의 조밀함이 폐를 짓누르는 시간이 이어지고
나는 머리가 컸다고 아버지에게 대들기도 참 많이 했다.

그로부터 삼십년이 지난 후
나는 병원 응급실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누워계신 아버지 곁에 섰다.

이년 후 지금은 홀로 계신 어머니가 걱정된다.
젊어서 무척 고생을 많이 하신 탓에 걸음걸이도 힘겨워 하신다.
아들로 태어나 그런 어머니에게 편안함을 드리지 못하고
항상 걱정만 끼쳐드리고 있다.

자식이 되어 효를 다하지 못함에
말로만 위하는 척 행동으로는 다하지 못함에
나는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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